오늘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참 많다는 것.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그리움을 어떻게 하면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그런 고민을 하던 중에, 바로 그때 저 멀리 베니스에서 들려온 소식이 제 마음을 정말 세차게 두드렸습니다. 단순한 영화 소식이 아니었어요. 이건 우리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우리가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엄청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VR 체험이 아이 공감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매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는 ‘베니스 이머시브’라는 특별한 경쟁 부문이 열립니다. 이곳은 바로 확장현실(XR), 즉 가상현실(VR) 같은 기술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들의 경연장이죠. 올해도 어김없이 놀라운 작품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바로 특별 심사위원상을 받은 ‘5그램 미만의 사프란(Less Than 5 Gr of Saffron)’이었습니다.
이 작품, 정말 놀랍지 않나요? 단 7분, 대사 한마디 없는 VR 체험입니다. 이야기는 낯선 땅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사프란을 넣어 밥을 짓는 한 여성의 이야기예요. 그런데 바로 그 익숙한 향기가 3년 전 가족을 잃었던 끔찍한 비극의 기억을 예기치 않게 불러일으킵니다. 관객은 단순히 스크린으로 이 모습을 ‘보는’ 게 아니에요. VR을 통해 그 공간에 함께 서서, 마치 그 감각과 기억의 소용돌이를 ‘함께 겪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건 말 그대로 혁명이에요!
우리는 보통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주인공의 감정을 ‘상상’하잖아요. 하지만 이 기술은 상상을 넘어 ‘체감’의 영역으로 우리를 이끌어요. 머리로 이해하는 공감이 아니라, 가슴으로, 온몸으로 느끼는 공감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거죠.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는 방식과 똑같아요. 아이들은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따뜻한 포옹, 한 번의 신나는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배우니까요. 이 기술이 바로 그런 ‘경험’을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막 뜁니다!
아이 교육에 VR을 활용하는 방법은?
부모로서 우리는 늘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우리는 동화책을 읽어주고,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며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집을 잃은 친구의 마음’,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 같은 복잡하고 깊은 감정을 어린아이에게 설명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바로 이 지점에서 ‘5그램 미만의 사프란’ 같은 작품이 엄청난 교육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건 아이에게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주자는 게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예요. 안전한 환경 속에서, 예술적으로 정제된 경험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체감’하게 해주는 거죠. ‘아, 이런 기분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의 씨앗을 심어주는 겁니다.
상상해보세요. 이 VR 체험이 끝난 후 아이와 나누는 대화를요. “어떤 느낌이 들었어?” “주인공은 왜 슬펐을까?” 이 경험은 정답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게 만드는 최고의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호기심이 공감 능력으로 이어지는 놀라운 선순환! 이건 스크린 타임에 대한 우리의 걱정을 한순간에 희망으로 바꿔놓는, 세상을 보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인 셈이죠.
가상 현실이 아이 감정 성장에 주는 이점은?
이번 베니스 이머시브에서는 ‘5그램 미만의 사프란’ 외에도 ‘구름은 2000미터 위에(The Clouds Are 2000 Meters Up)’, ‘기나긴 이별(A Long Goodbye)’ 같은 작품들이 각각 대상과 성취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XR 기술이 단발성 호기심을 넘어, 이제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서사를 담아내는 성숙한 예술 매체로 자리 잡았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혹자는 가상 현실이 아이들을 현실과 단절시킬 거라고 우려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어요! 이건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한 ‘연습’입니다. 마치 조종사가 비행 시뮬레이터로 위기 상황을 훈련하듯, 우리 아이들은 이런 안전한 가상 공간에서 ‘공감’과 ‘이해’라는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 겪을 수 없는 수많은 삶의 단면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며,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편견의 벽을 허물 수 있게 되는 거죠.
기술이 차갑다고요? 절대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느냐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이야기도 담을 수 있는 강력한 그릇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어떤 마음과 가치를 담아 아이들에게 전해줄 것인가 하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VR 체험할 때 주의점은?
베니스에서 온 소식은 제게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부모로서 아이와 함께 탐험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설렘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제 이야기는 책장이나 화면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체험하고 느끼는 생생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기술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이 놀라운 가능성의 문을 닫아버리기엔 너무나 아깝지 않을까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좋은 콘텐츠를 분별하는 눈을 길러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 우리 부모의 새로운 역할이 될 것입니다.
오늘 저녁, 아이의 손을 잡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벌써부터 가슴이 뜁니다. 어쩌면 언젠가는 VR 헤드셋을 나란히 쓰고,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상의 누군가와 마음으로 만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기술이 만드는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통해 만들어갈 따뜻한 미래를 꿈꿔봅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서로를 향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 있기를 바라면서요. 우리 아이들이 이런 기술로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 가능성을 생각하면, 다시 한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Source: Venice Immersive 2025 Crowns Three, Rewards Are Many, Forbes, 2025년 9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