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하늘이 잿빛이라 그런지 마음도 살짝 가라앉는 오후였어요. 그런데 하교한 딸아이 손을 잡고 집 앞 공원을 걷다 보니, 그런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더라고요.
아이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낙엽만 밟아도 꺄르르 웃으며 달려가더군요. 그 작은 뒷모습을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어요.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이가 앞으로 마주할 세상은 얼마나 불확실할까? 내가 그 길 위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까?’
이런 걱정, 우리 엄마 아빠들이라면 한 번쯤 해보셨죠? 바로 그때, 정말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외과 수술실 팀이 어떻게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번아웃되지 않고 최고의 성과를 내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번아웃의 진짜 원인은 ‘피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라는 거예요.
와, 이거 완전 우리 육아 번아웃 이야기 아닌가요?!
수술실 팀은 왜 극심한 스트레스에도 번아웃되지 않을까요?
생각해보세요. 수술실은 정말이지 1분 1초가 긴장의 연속인 곳이잖아요.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집도의, 마취과 의사, 간호사 모두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여야 하죠.
그런데 이들이 번아웃되지 않고 버텨내는 힘이 어디서 나올까요? 기사를 보니 비결이 바로 ‘모든 게 명확하다’는 점에 있더라고요.
수술 목표는 명확하고, 각자의 역할은 분명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플레이북’ 즉, 대응 매뉴얼까지 갖추고 있다는 거죠.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문제가 생기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든 것이 정해져 있으니,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도 불안에 잠식당하는 대신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이건 회사 생활에서도 똑같이 느껴져요. 방향은 불분명한데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들을 때, 우리는 가장 빨리 지치잖아요.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이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을 때의 그 막막함. 그게 바로 우리를 소진시키는 육아 번아웃의 주범이었던 거죠.
이걸 육아에 대입하니 모든 게 선명해졌습니다. 우리가 부모로서 느끼는 피로감의 상당 부분은 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끝없는 불확실성 때문이었던 거예요.
옆집 아이는 벌써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 괜찮을까? 스마트폰은 언제부터 보여줘야 하지? 학원은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답 없는 질문들 속에서 우리는 매일 길을 잃고 헤매며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던 거죠. 마치 항해 지침도 없이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처럼요.
하지만 우리도 우리 가족만의 명확한 ‘수술 계획서’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요? 불안 대신 확신을 가지고 아이를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는 ‘우리 집 육아 플레이북’은 어떻게 만드나요?
그래서 저는 아내와 함께 ‘우리 집만의 육아 플레이북’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거창한 건 아니에요. 그저 우리 가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명확히 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함께 약속하는 거죠.
이건 아이를 틀에 가두는 규칙이 아니라, 어떤 파도가 몰아쳐도 우리 가족이라는 배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든든한 닻과 같아요!
1. 우리의 수술 목표: ‘1등’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기쁨!
가장 먼저, 우리 가족의 ‘수술 목표’를 명확히 했습니다. 그건 바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즐기고, ‘성적’이 아니라 ‘성장’을 응원하는 것이었어요.
얼마 전, 아이가 그림을 그리다 마음대로 안 된다며 울음을 터뜨린 적이 있어요. 예전 같았으면 “왜 울어, 이렇게 다시 그려보자”라며 해결책을 제시하려 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의 새로운 플레이북에 따라 저는 아이 옆에 가만히 앉아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이야, 정말 멋진 색깔을 쓰려고 했구나!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을 그리려고 했던 거야? 아빠는 우리 딸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여!”
결과물이 아닌, 아이의 ‘의도’와 ‘노력’을 힘껏 칭찬해준 거죠. 그러자 아이는 금세 눈물을 닦고 다시 크레파스를 잡더군요. 우리 집의 목표는 ‘완벽한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 그 자체니까요. 이 목표가 명확하니, 저도 아내도 아이의 작은 실패에 조급해하지 않게 되었어요. 이건 정말 엄청난 변화였죠!
2. 예측 가능한 ‘안전 기지’ 되어주기: 아이의 마음을 지키는 루틴의 힘
수술실 팀은 위기 상황에 누구를 찾아야 할지 정확히 압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바로 그 ‘믿고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죠. 그러기 위해선 예측 가능한 ‘안전 기지’가 필요해요.
저희 집의 플레이북 중 하나는 바로 ‘매일 저녁 10분, 온전히 집중해서 이야기 들어주기’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손을 잡고 집까지 걸어오는 그 짧은 시간, 잠들기 전 침대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시간만큼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의 눈을 보며 그날 있었던 일에 귀 기울여줘요.
“오늘 친구랑 블록 쌓기 했는데 완전 높이 쌓았어!” 같은 사소한 이야기라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엄마 아빠는 언제나 내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믿음을 주는 거예요.
이 작지만 단단한 루틴이 아이에게는 세상 가장 큰 심리적 안정감을 선물하고, ‘나는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답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아이가 기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언덕이 되어주는 거죠.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기사는 자신감과 확신이 팀을 계속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 가족이라는 팀도 마찬가지예요.
부모가 ‘우리 아이는 잘 해낼 거야’라는 확신을 가질 때, 아이는 그 믿음을 먹고 자랍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할 때 생겨나요.
아이가 퀴즈의 정답을 맞혔을 때보다, 어려운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더 큰 박수를 쳐주는 것. 달리기에서 1등 했을 때보다,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워주었을 때 더 뜨겁게 안아주는 것.
이런 경험들이 쌓여 아이의 내면에 ‘나는 결과와 상관없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단단한 자존감과 자신감을 만들어줍니다. 이게 바로 어떤 시련에도 쉽게 지치거나 번아웃되지 않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 최고의 훈련 아닐까요?
때로는 육아라는 여정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만의 명확한 지도와 나침반이 있다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거예요.
우리 집의 ‘수술실’은 차가운 기계 대신 따뜻한 웃음으로, 날카로운 메스 대신 다정한 격려로 가득 채워요. 아이의 작은 시도 하나하나에 환호하고, 실패마저도 성장의 기회로 삼는 우리 가족만의 유쾌한 플레이북!
이것이야말로 아이와 부모 모두를 번아웃으로부터 지켜줄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처방전이라고 확신해요. 자, 오늘 저녁, 우리 가족만의 플레이북 첫 장을 함께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완전 신나는 도전이 될 거예요!
Source: What The OR Can Teach Every Leader About Combating Burnout, Forbes,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