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부부라면, 이 문장을 들으리라 생각해요. 저녁 7시 반. 회사 건물 밖에서 만나는 같은 시각의 하늘이지만, 미리 퇴근한 그녀가 전화를 받았어요. 그 목소리에서 들리는 피로, 그 속에 숨은 ‘아이들 기저귀 사러 가야겠다’는 말투… 그런데 그녀는 내게 ‘아이 목욕시키고, 장난감 정리했어. 저녁은 냉장고 안에 있다고?’ 하더군요. 그 순간, 우리가 함께 겪는 고민의 시작이 뭘지 몰랐다면요…
직장과 집의 경계는 어디쯤일까요?
회사 컴퓨터는 꺼졌는데, 마음속의 컴퓨터는 아직 작동 중이에요. 그날 그녀가 퇴근 길에 띄운 카톡 한 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아이고, 오늘 회의 중에 한 번도 핸드폰 못 봤어. 아이가 뭘 했는지 물어봐야 할 텐데…’
그런 고민, 부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거예요. 아침 출근 전 만나는 아이의 눈동자에 그대로 남아있는 미안함이, 그날 일을 끝내고도 든든한 마음으로 보내줄 수 있는지 의문을 가게 하죠.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그녀가 휴대폰을 들고 밤에 회사 업무를 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하는 길이 여기까지라는 걸 다시금 느낍니다.
그 길이, 점점 더 멀어지게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녀 어깨에 한번쯤 손을 얹으며 말해보고 싶어요. ‘우린, 이제 함께 안고 갈 거야, 서로.’
번아웃이라는 신호등을 기억해요
아이 두 명을 키우는 직장 선배가 말했던 그 경험, 기억나시나요? 그가 ‘집에서 아이들 뒤에 있는데, 누가 사무실 보고서에 대해 그렇게 물어보는 거야…’라고 하던 그날. 그런 일이, 정말 우리의 일상에 흔한 일이니까 조심해야 해요.
번아웃의 증상이란,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왔던 작은 신호들이 모여 어느 순간, 커다란 불빛으로 나타난다는 거예요.
우리가 만든 작은 습관이 있답니다. 매일 밤, 10분이라도 꼭 서로의 이야기 타임을 가지는 거예요. 그녀가 회사에서 있었던 일,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순간 하나를 들려주는 시간. 그게 내가 지켜야 할 그녀의 몫, 그녀의 세계를 그려내는 첫걸음이니까요.
대화를 넘어서는 함께의 시간
그녀의 얼굴에서 보인 피곤한 기색이, 단순히 잠을 부족한 게 아니라, 마음이 지쳐있음을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그녀가 저에게 말하기도 전에, 제가 제안을 해요. ‘아이를 좀 맡아줄까? 이 시간, 네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서 쉬다 오세요.’
서로의 시간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함께하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주말 오전, 서로가 좋아하는 카페 테이블에 두 사람이 잠시 앉아 있는 시간.
그런데 그녀가 휴대폰으로 회사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한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바라보는 거죠.
‘그 시간, 잠시 내려 놓아보자.’ 그 작은 손길이, 그녀의 마음에 가져다주는 따뜻함을 느껴야 해요.
함께라서 가능한 한 걸음, 그 너머의 평화
부부의 워라밸은 단순히 균형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서 있는 그 너머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그녀가 회사 건물 앞에서 한 번,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 앞에서 두 번, 웃어야 하는 것을 이해해줘야 해요.
흔들리던 그 시절,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작은 실천 하나가 있지요. 아이가 잠들기 전, 5분간 손을 잡고, 그날의 어떤 일을 좋아했는지 서로 묻는 거예요. 그 짧은 시간이, 우리에게 몰려오는 번아웃을 막아주는 하나의 작은 방벽이었어요.
서로의 웃음이, 서로의 힘듬을, 그 시선으로 함께 바라봐야 한다는 말처럼.
우리의 워라밸, 다음 세대에 남길 유산
이제야 깨닫곤 하죠.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보여주는 하루의 헌신이야말로, 그들이 익혀야 할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란 걸요. 회사와 집의 경계, 그 안에서 찾아내는 사랑, 그런 모습을 배우리라는 생각은 그 고민의 무게를 우리가 나누게 하는 마음의 약속이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그녀가 퇴근하는 길에, 전화를 건답니다.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우리가 함께 듣자.’고요. 그렇게, 그녀의 작은 웃음이, 집안에서 아이들의 기대에 부풀어 오를 때, 우리는 그 연결의 고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 거죠.
가끔은 이렇게 생각해요. 이런 길, 너무 힘들지 않아요? 그런데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서 있는 이 길을, 그녀와 함께한 이 길을, 그대로의 소중한 마음으로, 걸어나가고 있어요. 그게, 바로 우리의 힘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