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AI 함께하는 호기심 여행, 우리 부부의 길

식물 그림책을 펼쳐놓은 아이의 손가락엔 파란색 물감이 흘러내렸어요. 스마트폰으로 식물 종류를 검색하던 엄마가, 그 물감이 책장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며 문득 질문을 던졌죠. ‘이 녀석은 어디서 봤던 것 같지?’
그 순간부터 아이가 손으로 그리며 질문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우리의 호기심 여정이 되었죠. 스크린과 현실의 경계 그 아이들만의 놀이법을 지켜보며, 우리는 두 세계를 모두 안아주는 법을 배웁니다.

휴일 오후 VR로 박물관을 탐험하던 아이가 갑자기 콧방귀를 뀌더니 킥킥거리며 웃었습니다. 가상 세계에서 헤어지기 위해 미친듯이 손을 흔들던 아이의 모습이 그 순간. 그 웃음이 가라앉을 때쯤, 문득 깨달았어요.
아빠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려는 걸 멈추고, 함께 웃음으로 그 순간을 담았습니다.

기술이 상상의 공간을 뺉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자리옮김으로써 아이의 현실을 두드리게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날의 웃음소리가 깊이 남은 순간이었죠.

아이가 스스로 그린 그림을 스마트폰 렌즈로 스캔할 때, 우리는 그 손을 꼭 잡았어요. ‘그림이 우리에게 말하는 소리, 들려?’
검색 결과는 그저 그림의 영향일 뿐, 그 속에 깃든 우리 이야기야말로 참된 지도임을. 평평하지 않은 길이라도 우리는 스티커를 붙이고 물감을 묻히며 지도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성급하게 재능 찾아주는 앱을 쓰기보다는 ‘이제 그러면, 뭐 할까?’라는 물음이 주었습니다. 아이의 결정이 빚어내는 그 순간의 시간이. 어느 때보다도 눈빛이 빛나는 아이를 통해 우리가 배운 건, 이게 바로 우리 아이 호기심을 키워나가는 비결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