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구름 껴서 햇살이 부드러웠던 오후였어요. 일곱 살 딸아이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다 말고 갑자기 소리치더라고요. “아, 망했다!” 공룡을 그리려다 목을 너무 길게 그어버린 거죠. 속상한 얼굴로 지우개를 찾기에, 저는 슬쩍 다가가 이렇게 말해줬어요. “우와, 이건 목이 엄청 긴 새로운 공룡인가 봐! 이름은 뭘로 지어줄까?” 아이의 얼굴이 환해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하는 그 순간,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실수’를 ‘실패’와 같은 말로 여기게 된 걸까요?
예상치 못한 실수, 어떻게 진짜 예술을 만들까?
이탈리아 메탈 밴드 라쿠나 코일(Lacuna Coil)의 보컬 안드레아 페로가 최근 인공지능에 대해 한 말이 제 마음에 불을 확 지폈어요! 그는 “인간의 실수가 예술을 독특하게 만든다”고 말했거든요. 와, 정말 가슴이 쿵쾅거리는 말 아닌가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 계획에 없던 실수를 저질렀을 때, 바로 거기서 진짜 흥미롭고 놀라운 무언가가 탄생한다는 거죠. 듣자마자 ‘이거다!’ 싶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랑하는 수많은 아이 예술 작품들이 바로 그런 ‘실수’와 ‘우연’의 산물이에요. 물감을 잘못 떨어뜨린 자리에서 새로운 형태가 태어나고, 틀린 코드를 연주하다가 오히려 기가 막힌 멜로디를 발견하기도 하잖아요.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서 가장 ‘정답’에 가까운, 가장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안드레아 페로의 말처럼, 그런 인공적인 창작물에는 바로 그 ‘예상치 못한 재미’가 빠져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해진 길을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달리는 것과, 길을 잃고 헤매다 우연히 비밀의 화원을 발견하는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사람의 손길이 닿은 ‘작은 흠’이 더 큰 감동을 주는 이유
이건 단순히 느낌적인 느낌만이 아니에요.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사람들은 기계가 만든 완벽한 음악보다 사람이 연주한, 아주 미세한 실수가 섞인 음악에 더 큰 감동을 받는다고 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이 ‘살아있는 느낌’의 이유로 바로 그 ‘작은 흠’들을 꼽았다고 해요. 정말 신기하죠? 그 미세한 떨림, 살짝 어긋난 박자, 계산되지 않은 숨소리 같은 불완전함에서 우리는 오히려 ‘진짜’라는 인상을 받고 더 깊이 몰입하게 되는 겁니다. 마치 잘 닦인 플라스틱 장난감과, 손때 묻고 살짝 긁힌 자국이 있는 나무 인형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의 차이처럼요.
우리가 아이의 삐뚤빼뚤한 그림을 보며 미소 짓고, 유치원에서 부르는 엉망진창 합창에 눈시울을 붉히는 것도 같은 이유 아닐까요?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아이의 고사리손 힘 조절이, 숨 가쁜 호흡이, 세상을 향한 서툰 표현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 불완전함 속에 아이의 ‘영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폭발적인 감동이 밀려옵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바로 그 ‘사람 냄새’ 말이에요.
AI와 아이의 협업이 창의력을 폭발시키는 방법은?
물론 안드레아 페로도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현명하게 사용하느냐’는 것이죠. 저도 이 말에 완전 동의해요! AI는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환상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바다에 사는 코끼리”를 그려달라고 하면, AI는 순식간에 기상천외한 이미지들을 보여주며 아이의 상상력에 불을 붙여줄 수 있죠.
마치 우리가 가족 여행을 계획할 때, 수많은 여행 정보와 데이터를 활용해 최고의 경로를 짜는 것과 같아요. 정보는 완벽한 여행을 위한 ‘도구’일 뿐, 여행의 진짜 재미는 계획에 없던 골목길에서 맛있는 빵집을 발견하거나,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들어간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추억을 만드는 데 있잖아요. AI는 아이에게 영감을 주는 멋진 조수가 될 수 있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최종 감독은 언제나 우리 아이여야 합니다. AI가 보여준 그림을 보고 아이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거기에 엉뚱한 스토리를 덧붙하며 깔깔거릴 때, 비로소 기술은 아이의 창의력을 위한 건강한 자양분이 되는 것이죠.
우리 아이에게 실수해도 괜찮다는 용기를 어떻게 길러줄까?
그래서 요즘 제 가장 큰 육아 목표는 아이에게 ‘실수해도 괜찮은 안전한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것이랍니다. 하교 후 아이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다가도, 일부러 길을 조금 돌아가며 “어? 이쪽 길은 처음인데 어디로 이어질까?” 하고 모험을 즐기고는 해요. 그림을 그리다 망쳤다고 속상해할 땐, 그 위에 다른 종이를 덧대어 새로운 작품을 만들거나, 아예 물감으로 뒤덮어버리는 과감한 놀이로 전환해주죠.
중요한 건 ‘결과물’이 얼마나 근사한지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아이가 얼마나 즐겁게 몰입하고, 자신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로 연결하는 ‘용기’를 배우는 것이라고 믿어요.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힘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아이가 무언가를 ‘망쳤을’ 때야말로, 부모가 “와, 거기서부터 진짜 재밌는 이야기가 시작되겠는데?”라며 신나게 판을 깔아줄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보다 더 짜릿한 순간이 있을까요?
우리 아이의 서툰 작품을 어떻게 진짜 예술로 키워낼 수 있을까?
결국 안드레아 페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 걸까요? AI처럼 완벽하고 효율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법일까요, 아니면 실수하고 넘어지더라도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잃지 않는 법일까요. 저는 단연코 후자입니다.
아이의 서툰 그림, 엉터리 노래, 말이 안 되는 이야기 속에 담긴 그 모든 ‘인간적인 실수’들은 세상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위대한 가치입니다. 그러니 오늘, 아이가 무언가 망쳤다고 속상해한다면 꼭 안아주며 이렇게 말해주세요. “괜찮아, 아빠(엄마) 눈엔 이게 세상에서 제일 멋진 작품이야! 여기서부터 어떤 놀라운 일이 생길지 정말 기대된다!” 그 따뜻한 응원 한마디가 우리 아이를 그 어떤 인공지능도 대체할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창조자로 키워낼 거라 굳게 믿습니다.
출처: ANDREA FERRO of LACUNA COIL About AI: “”The Human Mistakes Are What Makes Art Unique””, Metal Injection,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