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목요일 늦은 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클릭클릭 소리에 눈을 떴어요. 화면 빛에 비친 당신의 얼굴, 잠들어 있는 아이 옆에서도 켜놓은 노트북… 그 순간 문득 생각했죠. 오늘이란 이름의 시소 위에서 매일 균형 맞추기에 분주한 우리 모습이.
아침 출근 길에 유치원에 아이를 맡길 때면, 항상 서두르는 당신의 발걸음을 뒤에서 바라보곤 해요. 그렇게 네 발짝 멀어진 뒤에야 허리를 펴는 모습, 그 사이의 거리가 참 묘하더라고요.
쌓이는 메모지보다 무거운 것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시대인데, 정작 우리가 다루는 건 거의 매일 기저귀와 회의록 사이를 오갔죠. 당신의 핸드백을 본 적 있나요? 유모차에 메인 백은 육아용품, 숨은 주머니엔 작은 노트가 있더군요. 회의하다가도 문득 스치는 아이 생각을 적어두는 그 작은 노트.
어느 날 빨래를 개다가 떨어뜨린 메모지 한 장을 주웠어요. ’15시 젖병 소독, 16시30분 팀미팅, 19시 아기 방 열쇠 수리점’ 동그란 글씨 옆에 낙서처럼 작게 써있더군요. ‘오늘은 아이 안을 시간이…’ 그 뒤가 찢겨져 있었어요.
최고의 멀티태스킹은 회의 중 아이 사진을 보낼 때 표정 조절일 거예요. 웃음을 참느라 입꼬리가 떨리는 모습, 그게 가장 슬프게 아름다울 때가 있더라고요.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하루
완벽하지 않은 저녁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던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으니 문득 그날 저녁이 생각나더라고요.

유독 힘들었던 화요일 이야기예요. 당신이 퇴근 길에 전화로 말했죠. ‘너무 미안한데 식사 준비 좀… 오늘은 왜 이렇게 못해주는지 모르겠어.’ 문득 생각났어요. 마치 삐걱이는 시소처럼, 한쪽이 내려앉으면 다른 쪽이 치솟아야 한다는 착각.
그날 우리는 거실 바닥에 앉아 김밥을 싸먹었어요. 아이는 싸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계속 말렸죠. 김에 밥이 덜 되고, 단무지가 빠지고… 그런데 그게 오히려 좋았어요.
사진첩에 그날 김밥 사진을 ‘실패작’이라고 저장해뒀더군요. 그런데 제겐 가장 따뜻한 작품처럼 보여요. 다 끼워 맞추던 퍼즐에서 한 조각을 뺀 것 같은 그 허전함이 오히려 편안했어요.
쉴 틈 없는 시계추 사이로

아이가 유치원에서 가져온 그림을 본 적 있나요? ‘엄마 회사’라고 쓴 종이 위에 커다란 모니터와 의자, 그 옆에 조그맣게 그려진 자신의 모습. 선생님이 말씀해주셨죠. ‘아이가 엄마 회사 생각하면 제일 먼저 그리는 게 컴퓨터래요.’
당신이 노트북 앞에 앉을 때면 아이가 종종 팔짱을 끼고 옆에 앉더군요. ‘엄마도 숙제해?’ 하고 물어보곤 했죠. 그 순간 당신의 미소가 참 특별했어요. ‘엄마는 회사 일을 하는데, 너처럼 열심히 해야 돼.’
아이들이 배우는 건 우리의 완벽함이 아니에요. 헝클어진 머리 채로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발걸음, 그 사이에서도 놓지 않는 손길… 그 모든 게 아이들 영혼에 새겨지는 교과서인 걸요.
빠르게 흘러도 좋아, 함께라면

지하철 출근길, 당신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어요. 유모차를 밀고 에스컬레이터를 오를 때면 뒤에서 살짝 등짝을 밀어주곤 했죠. 그 작은 힘이 당신의 어깨를 조금은 가볍게 했길 바라면서.
우리는 여행 가방도 아닌 평범한 날들을 나르고 있어요. 매일 아침 당신 가방에 몰래 넣어두는 간식 한 봉지처럼, 무거울 때쯤 찾을 수 있는 작은 위로가 되고 싶어요.
오늘도 아이를 재우고 당신이 마지막으로 하는 행동을 관찰했어요. 잠들어 있는 아이 뺨을 스치는 손길, 그리고 다시 켜지는 노트북… 이렇게 서로를 지탱하는 우리의 하루는, 분명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의 모래알 같아요. 빠르게 떨어지지만, 그 모래알 하나하나가 쌓여 우리만의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죠. 서로를 지켜보는 이 작은 관찰들, 바로 그게 우리가 매일 버티는 힘의 원천이 아닐까요?
Source: Seekee 2.0 Officially Released: Powered by MegaSearch, Ushering in a New Era of Intelligent Search and Creation, GlobeNewswire, 2025-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