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따라 하늘에 구름이 낮게 깔렸네요. 왠지 동네 공기도 차분하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이제 막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딸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오는 짧은 길.
아이는 제 손을 꼭 잡고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신나는 일들을 재잘재잘 이야기합니다. 그 작은 손의 온기와 천진한 웃음소리가 세상 전부인 것처럼 평화로운 순간이었죠.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제 머릿속은 온통 방금 본 뉴스 기사 하나로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프리 힌튼 교수가 던진 묵직한 경고, “AI가 가져올 경제적 충격에 사회는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었습니다.
AI 시대, 기존의 ‘성공 공식’은 정말 유효할까요?
정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불평등은 심해지며, 소수의 엘리트에게 부가 집중될 거라는 예측. 이건 바로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의 모습이잖아요.
우리 부모들, 아이 미래를 위해서라면 정말 뭐든 하잖아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밤낮없이 뛰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힌튼 교수의 말은 우리가 그토록 믿어왔던 성공의 사다리 자체가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이에게 가르치는 지식,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배우는 문제 풀이 기술이 과연 20년 뒤에도 유효할까요?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위해 우리 아이들이 소중한 어린 시절을 전부 쏟아붓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마치 열심히 지도를 보며 달려왔는데, 알고 보니 그 지도가 완전히 다른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기분이랄까요. 이건 정말이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불안한 미래, 우리 아이에게 어떤 ‘나침반’을 줘야 할까요?
하지만 여러분, 여기서 주저앉아 걱정만 할 수는 없잖아요! 오히려 지금이 우리 부모들에게는 엄청난 기회일 수 있습니다. 낡은 지도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우리 아이 손에 어떤 세상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새로운 나침반’을 쥐여줄 절호의 기회 말입니다!
저는 이 상황을 마치 우리가 여행을 계획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정해진 코스대로만 가는 패키지여행이 최고였다면, 이제는 아이와 함께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거죠!
AI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담은 최고의 ‘가이드북’이 될 겁니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 무엇을 볼지, 그곳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지는 결국 여행자인 우리 아이의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정답을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세상에 없던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 실패해도 괜찮다며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 그리고 정답 없는 문제 앞에서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창의력’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 교육은 바로 이런 인간적인 역량을 키워주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AI 시대 교육의 핵심이겠죠. 인공지능 교육이라는 것이 단순히 코딩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AI를 내 생각과 상상력을 펼치는 최고의 도구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릴 때, 이야기를 만들 때, AI를 마치 단짝 친구처럼 활용하며 더 신나고 멋진 세상을 상상하게 도와주는 것, 바로 이게 진짜 AI 시대의 교육 아닐까요? 생각만 해도 완전 신나지 않나요?!
AI가 대체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힌튼 교수가 지적한 가장 아픈 부분이 바로 ‘인간의 존엄성’ 문제였습니다. 일자리를 잃는 것은 단순히 돈을 못 버는 것을 넘어, 삶의 의미와 자존감을 잃게 만든다는 거죠.
이 말을 듣고 저는 확신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것, 우리 아이들이 평생 간직해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마음’이라는 것을요.
친구와 함께 블록을 쌓으며 더 멋진 성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협업 능력’,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워주는 ‘공감 능력’, 그리고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연대 의식’. 이것이야말로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앞으로 중요해질 미래 인재 역량이자 인간 고유의 영역입니다.
우리 아이가 지식의 양으로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의 전문가’가 되도록 키워야 합니다.
딸아이가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친구에게 자기가 아끼는 장난감을 선뜻 건네주며 같이 놀자고 말할 때, 저는 우리 아이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희망을 봅니다. 바로 저 작은 순간에, 기술이 지배할 미래 사회를 더 인간답고 살만한 곳으로 만들 거대한 힘이 숨어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잿빛 하늘 아래 무거웠던 제 마음이,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다시 희망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우리, 두려워하는 대신 더 뜨겁게 사랑하고, 더 깊이 공감하는 아이들로 키워냅시다. 그것이 바로 다가올 미래를 향한 가장 위대한 준비이자, 가장 든든한 선물이 될 테니까요.
출처: Geoffrey Hinton: Society Is Unprepared For AI’s Economic Disruption, Forbes, 2025-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