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려준 공룡과 딸아이의 웃음
얼마 전, 딸아이가 공룡에 푹 빠졌어요. 잠들기 전에도 “아빠, 티라노사우루스는 얼마나 컸어?” 묻곤 했죠. 말로 설명해주기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AI 이미지 생성기를 켜고 함께 만들어봤습니다. “분홍색 티라노사우루스가 무지개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 아이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죠? 몇 초 만에 AI는 근사한 그림을 뚝딱 만들어냈고, 아이는 그걸 보고 까르르 웃으며 정말 좋아했어요. 그 순간, 기술이 우리 가족에게 준 작은 행복에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렇게 쉽게 상상한 것을 눈앞에 보여주는데, 아이가 스스로 상상하고 꿈꾸는 힘을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은 작은 걱정이었죠. 우리 부모님 세대가 상상만 하던 것들을 우리는 현실로 만들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 세대는 어떤 힘을 길러야 할까요?
기술이 아닌, ‘사람’의 자리를 고민할 때
요즘 직장에서도 AI는 필수 도구가 되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고, 보고서 초안을 작성해주죠. 반복적인 업무는 AI에게 맡기고, 저희 팀원들은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여행 상품을 기획할 때도, AI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잠재적인 인기 여행지를 추천해주면 저희는 그곳에 어떤 감성적인 스토리를 입힐지 고민하는 식이죠.
육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AI 육아 앱이 아이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주고, 맞춤 놀이를 추천해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악몽을 꾸고 울면서 깼을 때, 등을 토닥여주는 건 AI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이의 눈을 보고 “괜찮아, 아빠 여기 있어”라고 말해주는 그 온기는 기술로 대체할 수 없죠. 결국 중요한 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그리고 그 기술 너머의 ‘사람의 역할’을 잊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꿈꾸는 힘’
AI는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해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꿈꾸는’ 능력은 없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아이들이 가질 가장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AI가 그려준 공룡 그림을 보며 아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어요. “이 공룡은 친구랑 소풍 가서 김밥을 먹을 거야!” 라고요. AI는 그림을 그렸지만, 그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고 이야기를 만든 건 제 딸이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눈을 맞추고, 마음을 읽어주는 건 우리 부모의 몫이죠. 그 꿈꾸는 힘,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바로 그 힘.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 힘을 우리 아이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아이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최고의 기술이나 지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고, 새로운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꿈꾸는 힘’. 그것이야말로 AI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가장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진짜 유산이 될 거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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