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이 아닌, 마음의 웃음꽃을
아이들이 수박 겉면에 테이프를 붙이던 그날, 당신의 손길이 멈췄어요. ‘투명한데 왜 잘 안 보일까?’ 아이의 질문에 한참 응시하더니 물었어요. ‘우리도 비슷한 게 있지 않을까?’ 그날 우리는 욕실 거울의 습기, 차창의 이슬을 따라가며 하루를 보냈어요. 보고서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을 말했지만, 우리 집엔 이미 ‘답 없는 질문을 구경하는 법’이라는 수업이 있었죠. 당신이 키워온 것은, 알고 있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상상의 나눔이에요. 기술이 가져갈 수 없는 건, 문제를 찾는 즐거움의 순간이니까요.
디지털 그늘, 그리고 우리 손으로 만든 햇살
아이가 태블릿 그림을 보여주며 ‘이렇게 봤어요?’라고 할 때, 당신은 첫 질문을 놓치지 않으셨죠. ‘그림 속에서 네가 가장 기뻐하는 부분은 어디야?’ 그간의 디지털 육아법에 온갖 조언이 있었지만, 당신의 방식은 변함이 없었어요. 전자기기보다 앞서는 아이 손에 물감을 묻히고, 결국엔 함께 샤워를 하며 웃었지요.
디지털과 실제의 경계는 우리가 스스로 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가 없는 아이로 키우는 것.
우리가 하는 일이라곤, 그저 아이들 생활 속에서 ‘기술의 손’보다 ‘가족의 손길’이 먼저 닿게 하기 위함이에요.
직업의 지도, AI가 아닌 우리의 웃음소리 속에
아이가 할아버지께 전화한 뒤, ‘왜 표정이 달라진 걸까요?’라고 물었을 때의 대답이 기억나요. 당신은 ‘아이에게, 우리도 얼마나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보자’고 했지요. 정말, 식탁 위에 작은 거울을 놓고 하루를 보탰어요. AI가 추천하는 이모지의 행복은 ‘아이코’를 누르면 끝나지만, 우리가 보는 할아버지의 눈짓은 ‘이모지의 사전에 없는’ 따스함이었어요. 내일의 면접이 AI로 이루어진대도, 우리가 아이 손에 쥐여주는 건 진짜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손, 이웃의 눈을 녹이는 손의 따뜻함이에요. 당신의 그 작은 실천이야말로 최고의 디지털 문해력 수업이었죠.
시작은 작은 희망의 한걸음
아이들 방문을 열어보며 이제야 겨우 고백해요. 저만 그랬을까요? 보고서의 숫자들에 혹독한 미래를 상상하던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씨앗을 뿌리며 ‘이거 10년 후엔 나무가 될까?’라고 물어보는 순간을 보면요. 그때마다 당신의 대답이 들려오는 것 같아요. ‘궁금해? 그럼 지금, 어떻게 해보면 좋을까?’ 우리가 함께한 일은, 미래의 직업 세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미래도 당신을 닮아 꽃피울 수 있도록 바로 그 자리에서, 함께하는 그 사람이 되어주는 거였지요. 아직도, 우리는 하고 있습니다.
Source: Top CEOs warn about white-collar job crisis from AI revolution, predict up to 50% entry-level job losses in US workforce, Economic Times, 2025-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