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수학 문제 다 풀었어요!”
얼마 전,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딸아이가 방에서 씩씩하게 외치더라고요. 평소보다 유난히 빨리 숙제를 끝낸 게 기특해서 칭찬을 해주려는데, 아이 얼굴에 스치는 미묘한 표정을 보고 말았죠. 슬쩍 다가가 보니, 아이 손에 들린 스마트폰 화면에 ‘포토매쓰(Photomath)’라는 앱이 켜져 있었어요. 문제를 사진으로 찍으면 풀이 과정과 답이 바로 나오는 바로 그 앱이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혼내야 하나, 아니면 모른 척해야 하나. 아마 많은 부모님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거나, 앞으로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죠. AI 기술이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오면서, 아이들 교육 환경도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AI 수학 앱, 무조건 막는 게 답일까요?
그 작은 해프닝을 겪고 나서, 문득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겹쳐 보이더라고요. 특히 요즘 가장 뜨거운 화두인 인공지능, 즉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부모님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실 것 같아요.
요즘처럼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걸 지켜보는 아빠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AI가 단순히 ‘정답을 알려주는 똑똑한 기계’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마치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요. 내비게이션이 길을 알려주니 우리는 더 이상 길을 외울 필요가 없어졌지만, 대신 목적지까지 가는 다양한 경로를 탐색하고, 교통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길을 ‘선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잖아요? AI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포토매쓰 같은 AI 수학 앱을 쓰는 걸 무조건 막기만 하면, 아이는 ‘몰래 써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될 거예요. 오히려 부모의 감독 아래 올바른 사용법을 알려주고, AI를 ‘생각을 도와주는 똑똑한 파트너’로 활용하도록 이끌어주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요?
포토매쓰, 이렇게 활용하면 ‘약’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딸아이와 마주 앉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포토매쓰를 함께 사용하며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저희 집만의 활용법을 살짝 공유해 볼게요.
1. ‘스스로 풀기’가 먼저!
가장 중요한 원칙이에요. 어떤 문제가 있어도, 무조건 앱부터 켜는 건 절대 금지! 우선 아이 스스로 충분히 고민하고, 연필로 직접 풀어보는 시간을 갖는 거죠. 그러다 정말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그때 ‘힌트’를 얻는 용도로만 앱을 사용하기로 약속했어요. 이렇게 하니 아이가 생각하는 과정을 건너뛰지 않고,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2. ‘왜?’라는 질문 던지기
앱이 보여주는 풀이 과정을 그냥 눈으로만 쓱 보는 게 아니라, “왜 여기서 이 숫자를 더했을까?” “이 공식은 어떤 원리로 나온 걸까?” 함께 소리 내어 읽고 질문하며 ‘생각하는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도, 이제는 제법 진지하게 풀이 과정을 분석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한답니다. AI가 정답을 찾아주는 ‘해결사’가 아니라, 아이의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조력자’가 되는 순간이죠.
3. 다양한 풀이 방법 탐색하기
포토매쓰의 장점 중 하나는 여러 가지 풀이법을 보여준다는 거예요. 아이가 푼 방식과 앱이 제시하는 방식을 비교해보면서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고 깨닫게 해주는 거죠. 이건 단순한 수학 공부를 넘어, 문제에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유연한 사고를 길러주는 아주 좋은 훈련이 된답니다. 저희는 이걸 ‘생각 확장 놀이’라고 불러요!
AI 시대, 부모의 역할은 ‘질문하는 사람’
결국 AI 시대에 우리 부모에게 필요한 역할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도록 ‘올바른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정답이 뭘까?”라고 묻기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라고 물어봐 주고, “이건 이렇게 푸는 거야”라고 알려주기보다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며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해주는 거죠.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옆에 두고, 아이와 함께 탐험하는 ‘학습 파트너’가 되어주는 거예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죠. 때로는 정답을 빨리 알려주고 싶은 유혹도 생기고, 아이가 기술에 너무 의존하게 될까 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해요. 하지만 우리가 어릴 적 전자사전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두꺼운 종이 사전을 한 장 한 장 넘기던 수고로움은 덜었지만,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은 단어를 더 빨리 찾아보고, 다양한 예문을 접하며 외국어 실력을 키울 수 있었잖아요.
AI 수학 앱도 마찬가지예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수학 실력을 갉아먹는 ‘독’이 될 수도 있고,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열쇠는 바로 우리 부모의 손에 달려있지 않을까요?
오늘 저녁, 자녀의 수학 숙제를 보며 한숨부터 나왔다면, 한번쯤 AI 앱을 함께 켜고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우와, AI는 이렇게 풀었네! 네 생각은 어때?”
아마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 놀라운 순간을 경험하게 되실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