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반복되는 소란스러운 식사 시간이에요. 흘린 우유 닦느라 정신없을 때, 갑자기 아이가 식탁 위 물기를 가리키며 물어요. ‘여기 별자리 같은 게 보이지 않아요?’ 그 순간 주방 종이를 든 손이 멈췄어요.
생각해보니 어제도, 그저께도 비슷한 질문들이 쏟아졌죠. ‘왜 구름은 사탕처럼 녹지 않아요?’, ‘개미들은 밤에 잠을 자요?’
값비싼 교육용 장난감보다 더 풍부한 창의력의 밭은 바로 우리의 일상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아이들의 물음표는 호기심이라는 씨앗을 심는 부모의 작은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이죠.
대답보다 중요한 대화의 타이밍
박물관에서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니며 설명해주던 어느 날이 생각나요. 핸드폰으로 작품 정보를 검색해 설명해주고 있을 때, 아이가 갑자기 멈추더니 직원들의 이름표를 가리켰어요. ‘왜 모두 다른 색깔 이름표를 달고 있을까?’
제가 준비한 지식은 그 질문에 쓸모가 없었죠. 함께 호기심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탐구의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전문가들의 연구가 생각났어요. 전문가들이 창의성을 연구하는 데 사용하는 블룸의 분류법에서도 ‘기억’보다 ‘분석’과 ‘창조’가 상위 단계라는 걸 생각하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음을 던질 때 ‘알려주는’ 대신 ‘함께 생각해보자’고 말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죠. 레몬으로 전구를 켜는 실험이 아니라, 식탁 위 레몬을 보며 ‘이게 과일인지 과학 도구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진짜 창의성의 시작일지도 몰라요.
아이 눈높이에 맞추는 우리만의 비결
버스 정류장에서 아이가 갑자기 ‘왜 나뭇잎은 하늘을 향해 자라나요?’라고 물을 때, 오히려 되물어보는 게 답이 될 수 있어요. ‘네 생각은 어떤데?’라고 묻는 순간, 아이는 과학자가 되기도 하고 시인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어느 날은 ‘나무가 하늘에 편지를 쓰려고!’라고 답하더군요. 그 상상력 앞에서 모든 과학적 설명이 밋밋하게 느껴졌어요.
창의성을 죽이는 건 무지가 아니라 지식의 강요라는 걸 기억해야 해요.
우리 부모 세대가 배운 지식의 양보다 아이들이 마주할 미래 문제의 복잡성이 더 클 때, 정해진 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호기심에 불을 지피는 편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어요. 과학 시간에 배운 광합성 이론보다 ‘그래, 나무가 하늘에 쓰는 편지 내용은 뭘까?’라는 질문이 더 깊은 사고를 이끌 때가 있죠.
경험의 밭을 갈아주는 육아 연출법
장난감 정리가 항상 문제였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가 블록을 색깔별로 정리하지 않고 재질별로 분류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천천히 그 기준을 들어보니 ‘손에 닿는 느낌이 다른 친구들끼리 모여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우리가 가르치려던 정리의 기준과는 완전히 다른 출발점이었죠.
창의성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자라요. 정말로, 실내에서 자란 식물처럼 교구로 키우는 창의성과 들판에서 자라는 창의성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어요. 영재 교육 프로그램보다 설렘을 주는 일상 경험이 더 값진 이유죠. 길가다 주운 돌이 보물이 되고, 빗방울이 과학 실험이 되는 그런 순간들이 쌓일 때, 아이 안에 진짜 창조력이 뿌리를 내리더군요.
질문이 멈췄을 때 필요한 부모의 침묵 연습
창의력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아이가 항상 질문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멍하니 벽을 바라보는 시간, 구름을 쳐다보며 아무 말이 없는 시간 속에서도 창의성은 자라요. 지나친 자극은 오히려 아이들 스스로 탐구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어요.
예민하던 아이가 어느 날 자꾸 실수하기 시작했다고 놀라지 말아요. 물감을 흘리고, 우유를 쏟고, 옷을 뒤집어입는 그 행동들이 실수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의 신호일 수 있으니까요. 무너진 블록 탑 아래에 숨겨진 건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건축법의 발견일지 모르죠. 우리가 할 일은 설명서가 없는 장난감 상자를 건네주는 것뿐이라는 걸, 요즘 더 자주 생각하게 돼요. 이렇게 작은 호기심들이 쌓여 우리 아이만의 독특한 세상을 만들어갈 거예요. 함께 지켜봐주세요, 정말 신나지 않나요?
Source: The Art Of Pattern, Rebekka Bay On Shaping Marimekko’s Future, Forbes.com,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