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원 벤치가 스마트폰보다 주는 선물

지난번 소풍 날, 공원에서 우연히 본 장면이 떠오르네요. 화면 속 캐릭터가 뛰노는 게임에 몰두한 아이들 틈에서 한 아이가 나무 껍질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가 발견했어요. “엄마 이거 봐! 벌레가 집을 지었대!” 그때 그녀가 화면에서 고개를 들며 손짓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죠.
미세먼지가 심한 날도 창문 틈으로 바람 맛을 보여주려는 그녀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아이들의 감각을 깨웁니다. 유튜브 동영상 대신 진짜 잔디밭을 밟아보기, PC방 대신 등산로에서 호흡하기… 이 작은 결정들 속에 디지털 세상과 현실의 균형을 잡는 비밀이 숨어 있더라고요.
손끝에서 자라는 상상력의 씨앗

어느 날 저녁, 아이가 점토로 뭉쳐 만든 공룡을 자랑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AI가 생성한 화려한 그림보다 투박했지만, 그 손가락 사이로 스며든 창조의 기쁨이 눈부셨죠. “엄마 내가 만든 거 이름 지어줄래?” 그 질문 뒤에 이어진 수다쟁이 대화들이 진짜 교육이란 걸 깨닫는 순간이었어요.
화요일이면 그녀가 특별한 규칙을 적용하죠. ‘손이 열리는 날’이라며 물감통과 종이를 테이블 가득 펼쳐놓습니다. 앱 속 가상 요리보다 진짜 계란을 깨보는 경험, 게임 속 캐릭터 레벨업보다 아이의 작은 실패와 성장을 함께하는 시간… 이 순간들이 쌓여 아이들 마음속에 진짜 세상의 지도를 그려주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죠.
회사에서 스마트워크 시스템 도입 소식을 듣고 집에 와서 나눈 대화를 잊을 수 없어요. 그녀가 물었죠. “편리함 뒤에 숨은 위험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그 질문 덕분에 우리 가족만의 작은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주말 아침 휴대폰 대신 종이 지도 펼쳐보기, 가족과 함께하는 ‘디지털 금식’ 시간…
얼마 전 아이가 묻더군요. “왜 핸드폰으로 바로 찾으면 되는 걸 책에서 찾아봐야 해?” 그때 그녀의 답변에 미소가 지어졌어요.
“마치 게임 치트키 쓰는 것 같지 않니? 편하지만 진짜 모험이 사라지잖아.”
그 말에 아이가 뿌듯해하는 표정이 참 귀여웠어요.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길이 아닌 자신만의 항해를 시작할 때, 부모의 작은 선택들이 등대처럼 빛나는 법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창가에 비친 스마트폰 빛보다 아이들 얼굴에 떨어지는 햇살이 더 아름다운 이유, 다들 느껴보셨죠? 우리 아이들이 진짜 세상을 만나는 그 순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