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성과보다 90개월 성장: 우리 가족의 시간표

가족이 함께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

오늘도 회사에서 분기보고서 이야기로 시끄러웠다고 했을 때, 그 표정에서 익숙한 피로를 읽었어. 숫자에 쫓기는 그 느낌, 나도 너무 잘 알지 뭐.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어. 만약 우리 아이들의 하루가 매일 ‘성과 평가’를 받는다면 얼마나 힘들까? 유치원 평가표의 ‘이번 달 학습 단어 수’에서부터 수학 문제 풀이 속도까지. 모든 걸 계량화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숨을 고를 수 있을까?

평가표에 적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

유치원 평가표를 보며 고민하는 부모의 모습

아이가 유치원에서 가져온 종이 한 장. ‘이번 달에 배운 단어 수’라고 적혀있을 때, 네가 살짝 먹먹해하던 모습이 떠올라. 마치 사내 공지의 ‘분기별 KPI’를 보는 듯한 그 표정. 하지만 정말 이상하지? 우리 아이의 성장은 30일 단위로 끊어질 리가 없다는 걸.

어떤 달은 말이 터지고, 어떤 달은 조용히 세상을 관찰하기도 하잖아. 그게 자연의 리듬인데 어른들은 왜 이리도 조급해질까?

퇴근 후에도 아이의 학습지 채점하다 지쳐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네 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 ‘이번 주에 뭘 배웠니?’라는 질문이 ‘1분기 실적 달성률은?’처럼 느껴지지 않게, 우리만의 속도를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지.

가족 웰빙 지표 재설정하기

가족이 함께 블록 쌓으며 즐거워하는 모습

토요일 아침. 아이들이랑 소파에 빌딩 블록을 쌓으며 아무 계획 없이 흘러보냈던 그 시간 기억해? 네가 커피를 들고 와서 ‘이렇게 비생산적인 거 불안하지 않아?’라고 속삭였을 때. 그게 바로 우리 안에 박힌 ‘분기별 압박감’이라는 걸 깨달았어.

진짜 가족의 건강은 숫자가 아니라 아이의 눈동자 반짝임으로, 저녁 식탁에서 오간 대화의 질로, 함께 폴짝폴짝 뛰어놀다 터진 웃음소리로 측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어제 네 품에 안겨 ‘엄마랑 지금 놀자’라고 조르던 그 순간이 우리 집의 ‘웰빙 지수 100%’를 알려주는 신호등이었지.

퍼즐 한 조각 대신 나무 관찰하기

공원에서 나무를 관찰하는 아이와 부모

회사에서 R&D 예산 이야기할 때처럼, 우리 가족만의 ‘미래 투자 계좌’를 만들자고 제안해볼까. 수학 문제 한 페이지 대신 공원 나무 관찰시간, 영어 단어장 대신 함께 만든 김밥 한 줄. 비록 결과는 바로 보이지 않겠지만, 이 투자는 분명히 10년 후에 빛을 발할 거야.

지난주 네가 중얼거렸던 말.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하면 뒤처지는 것 같아.’ 그 말에 잠시 숨이 탁 막혔어. 하지만 기억해? 우리 어릴 적에는 ‘뒤처짐’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잖아. 모퉁이 가게 앞에서 구슬치기에 미쳐도 부모님이 ‘저거라도 하면서 잘 크네’ 하시던 시절. 그 여유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이 아닐까?

스마트폰 옆에 두고 찾은 15분의 기적

가족이 함께 춤추며 웃고 있는 즐거운 순간

저녁 식사 후 네가 갑자기 휴대폰을 책상 밑으로 넣으며 ‘오늘 1시간은 의무 놀이시간!’이라고 선포했을 때. 아이들의 환호소리가 집 안 가득 퍼졌지. 계획 없는 15분 동안 벌어진 기적들: 예고 없이 시작된 춤 대결, 소파 위에서 펼쳐진 허풍선이 동화 만들기, 유리창에 비친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함께 했던 침묵.

‘쓸데없는’ 순간들이 가장 값진 보물이라고 하잖아. 우리 어릴 적 추억도 대부분 그런 장면들이었지. 네가 만들어주는 이 작은 빈틈들이 아이들의 창의력이라는 씨앗에 물을 주고 있다는 걸, 매일 볼 수 있어서 고마워.

씨앗 심는 마음으로

우리 부모님 세대는 다르셨지. 스마트폰 알림도 없이, 모든 게 느리게 돌아가던 시절. 그분들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기다림의 미덕’이었어. 지금은 패스트푸드 같은 육아 정보에 파묻히지만, 아이들 진짜 성장에는 여전히 인내가 가장 중요한 영양분이야.

네가 창가에 작은 화분을 들여놓고 아이와 함께 매일 씨앗을 관찰하던 그 프로젝트. 싹이 트기까지 2주가 넘게 걸렸지? 하지만 그 기다림 속에서 아이는 ‘과정의 소중함’이라는 평생 갈 무언가를 배웠어. 우리 가족의 성장 보고서는 이런 사소한 순간들로 채워져 있어. 숫자로 잴 수 없는, 하지만 확실히 쌓이는 것들.

다음 분기가 아닌 다음 10년을 바라보며, 오늘도 우리 속도대로 걸어가자. 이 긴 여정을 함께 걸을 수 있어 참 든든해.

Source: The WSJ Got Quarterly Reporting Wrong: A Corporate Executive’s Response, Phil Mckinney,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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