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서로의 등이 닿지 않았던
아침 유치원 도시락 준비와 저녁 화상회의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의 눈빛에 깃든 피로의 색조를 읽지 못했던 때가 있더라고요.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는 내 등 뒤로, 밥풀을 닦으며 그녀가 중얼거리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 오늘 밤에…’ 그 끝을 맺지 못한 문장이 이제야 이해됩니다.
유치원 등하원길을 두고 벌인 첫 작은 전쟁이 우리의 어깨를 살짝 맞닿게 만드는 소중한 훈련이었나 봐요.
우리가 서로의 등짐을 알아채는 순간

아이가 잠든 방에서 야근하며 그녀가 쓴 ‘간장게장’ 메모를 보며 웃던 날, 깨닫더군요. 우리는 서로의 등이 아닌 옆모습을 보며 걷고 있었던 것을.
그 노트북 가방끈이 내 옆구리에 닿을 때의 느낌, 그 도시락 가방 사이로 피어오르는 우리의 등뼈가 이야기하네요
살짝 기대고, 가볍게 의지하는 법

아침의 수학숙제 전쟁에서도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던 연습문제의 빛이 보이더라고요. 우리의 체온이 닿는 지점에서 더 이상의 지도는 필요 없더라구요.
그녀의 목에 어린 아침햇살이 가게를 지울 때, 나는 그 빛이 분명 그 온기를 느끼게 해준 그 햇살과 같다는 걸 알았어요.
아이들의 등에 기억될 우리의 체온

그녀의 가방끈에 매달린 장난감 열쇠고리와 아이 책상의 아빠 사진 노트가 소리 없이 이야기하네요. 우리는 누군가의 기대가 되고, 또 누군가의 기대가 될 때 진정한 연결을 느낍니다.
우리 어깨너머로는 커다란 세상이 펼쳐지고 있더군요
아이들의 등을 책상 모서리에 닿게 할 때, 그 작은 접촉이 쌓는 추억을 기억합니다. 우리가 서로의 기대가 되기 위해, 오늘도 다시 맞닿아 있을 등이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