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유치원 가방에서 푸른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걸 보았나요.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김밥을 말던 손가락에 밥알이 붙어있던 게. 회사 회의실 문을 닫고 현관문을 열면, 거기엔 반쯤 말아놓은 김밥 한 접시가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게 우리의 두 번째 아침식사였어요. 우리 집의 밤은 6시가 되면, 아이의 유치원 품평회가 끝나고, 그제야 제맛을 내는 법이니까.
냉장고 안의 아침 혜택

아이의 유치원 가방에서 푹신한 쌀뜨물이 묻어있을 때면, 그건 우리 가족의 마음 편지랍니다. 새벽 6시, 반찬통에 추억의 꼴깍닭을 넣듯, 미소의 편지가 쌓이곤 하죠. 그 순간, 그녀의 작은 손길이 하루의 피로를 싹 씻어내는 마법이란 걸 깨닫곤 해요. 지난 주말, 함께 영화를 보기로 한 약속은 네 번째로 연기됐어요. 우리 집 이야기는 계절마다 바뀌는 김밥 속에 고스란히 담기니까요.
수박의 단맛이 입천장을 적실 여름에 아이는 장기자랑에만 나오느라, 서로는 휴대폰 메모장에만 마주해요? 그녀의 손은 잠들기 전까지도 김밥을 쏟아놓을 때, 나는 그저 쓸데없는 농담만 했을 뿐이었죠.
내가 몰랐던 건 그녀의 손끝이 쌓아둔 씨알이, 내일의 퇴근길을 미리 데우는 일이라는 거
현관문을 열고 만나는 5분의 기적

회사와 유치원 사이를 지키는 건, 부모의 마지막 회의록이 끝나는 9시에도, 10시의 통학버스 정류장을 앉아보는 일이겠죠. 우리는 알아요. 노트북에는 아이의 식사 약속표와 함께, 5시의 할아머니 집, 7시의 반찬가게가 색깔 표시로 들어 있었어요.
집에 발을 들이자마자, 냉동 만두를 쉐이킹하듯 데우는 삶이지만. 우리가 전자레인지 시간을 맞추는 순간, 그 따뜻함은 곧 아이의 식사판 안에서 ‘우리 가족의 회의’는 뭐, 바로 그냥 웃어지도록 만든다는 거죠.
우리가 사는 일상의 그림

우리 집 식탁은 항상 완성된 김밥의 풍경을 보여줘요. 유치원 가방에서는 아이의 꼬마 샌드위치가 나오고, 가방 속에선 회사 노트북과 야간 학습지, 할아머니의 주소가 흘러나오죠.
이렇게 서로의 가방 속에서 우리의 하루는 조금씩 풀리지 않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알아서, 그 풀린 조각을 다시 서로의 주머니에 넣어둬요. 김밥을 쌀 때마다, 우리의 삶이, 정말, 한 조각씩 쌓아간다는 것을 알아요. 그 따뜻함이 바로 우리가 서로에게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요? 지금, 어제, 그리고 내일의 김밥을 한 입씩 나누기 위해, 우리는 그렇게 김밥을 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