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리허설인 부부의 밀리듀엣

수영 학원으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노트북을 여는 부모

수영 학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나면 차 안이 유난히 조용해지는 시간이 있죠. 어제는 운전대를 잡은 채 갑자기 말이 나왔어요. ‘이 신인 가수 노래 들었어? 리허설 영상만 7년째 올린대.’ 강변북로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대신 대답해주던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더군요. 무대 직전까지도 틀린 음정을 고치는 아티스트처럼, 우리는 외출 5분 전까지 아이 양말을 찾으며 리허설을 반복하고 있죠. 단 한 번의 본 공연도 없이 매일이 리허설인 부모라는 직업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어요.

엘리베이터 피치 대신 욕실 속 속삭임

화장실에서 아이를 달래는 부모의 모습

회사원으로서의 우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금요일 회의실에서의 그 모습이에요. 눈빛을 번뜩이며 30초 안에 핵심을 전하는 그 기술. 그런 우리가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는 법을 배우느라 3시간을 투자할 때가 있어요. ‘우리 딸아, 이 감정은 네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1분 30초짜리 뮤직비디오란다’라고 속삭이는 모습에서 깨달았어요. 세상을 향한 그 프레젠테이션보다 아이 마음에 꽂히는 한 마디 말이 더 정교한 비즈니스 전략이더라고요.

KPI 대신 DPO 발견하기

‘오늘 나의 Daily Parenting Objective는?’ 이제 이 질문이 아침에 마시는 아메리카노처럼 익숙해졌어요. 지난달 우리가 만든 ‘가족 마일리지 제도’가 생각나요. 대출 승인율 대신 상상력 채무불이행률을, 매출 목표 대신 주방 바닥에 떨어진 당근 조각 수를 기록하던 날들. 그런데 이런 우리만의 지표를 만들다 보면 가끔 현실적인 깨달음도 찾게 되더군요. 유치원 수업료를 계산하다 갑자기 터뜨린 웃음 – 집에 와서야 알았죠. 전세대출 이자보다 키즈카페 1시간 이용료가 더 비싸다는 걸 확인하고 난 후의 황당한 깨달음이었어요.

스프린트 회고가 아닌 하품 회의

새벽에 아이 곁에서 맥북을 하는 부모

새벽 1시 47분, 잠든 아이 무릎 위에 놓인 맥북 빛이 유일한 조명이에요. ‘이번 달 최고의 성과는?’ 대신 ‘오늘 가장 마음 편했던 17초는 언제였나?’를 묻는 우리만의 회의. 화장실에서 혼자 초코파이를 먹던 그 순간이 오늘의 가장 행복한 17초였던 날도 있더라고요. 투자 유치 설명회에서처럼 유창하게 말하지 못해도, 쿠션 아래 파묻힌 로봇 장난감 부품을 함께 찾으며 진행한 무성의 회담이 더 값지더군요.

실패 탈출 모의훈련이 아니라 실패 소풍

지난주 일요일 오후, 우리는 의도적으로 집안을 반파업 상태로 내버려뒀어요. 대출 심사처럼 빡빡했던 일정표 대신 ‘오늘의 대재앙’을 기획하는 날이었죠. 아이가 냉장고 문에 요구르트 그림을 그리고, 밀린 빨래 더미가 드라마 속 산으로 변했을 때 내린 결론 –

‘이게 바로 우리 가족의 3D입체 예술전인가 봐.’

아니, 그러니까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이 무질서 축제가 이제 가장 기다려지는 프로젝트가 되었어요.

방향성 재정의가 아닌 길 잃기 연습

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 부모

우리가 매일 아침 찾는 그 음악을 기억하나요? 자녀 등교 후 차 안에서 2분 30초간 틀어놓는 그 피아노 연주. 지도 앱이 보여주는 최적화 경로 대신 ‘길을 잃을 권리’를 되찾는 시간이에요. 언제부턴가 네비게이션의 인공지능 목소리보다 아이가 흥얼거린 잘못된 가사가 더 정확한 길안음이 되어주더군요. 만남의 광장 3번 출구가 아니라 행복한 미아가 되는 법을, 우리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요.

에필로그: 풀스택 부부의 조건

밤중에 노트북으로 일하는 부모

어제 자정 넘어 스크린에 띄워놓은 채용 공고가 문득 생각나요. ‘연차 무관, 열정 있는 인재 찾습니다’라는 문구 아래 우리의 하루가 오버랩되더군요. 10년차 직장인도 3년차 부모도 아닌, 매일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신입의 자세. 머지않아 면접장에서 아이 분유병을 꺼내 들 고백할 그날을 준비하며, 이런 부모님들은 서로의 최악의 레퍼런스를 가장 아름다운 추천서로 바꾸는 법을 연습해요. 회사에서의 승진보다 소파에서의 승천을 꿈꾸는, 풀타임 직장인이자 풀스택 부모로 살아가는 우리의 밀리듀엣은 끝나지 않을 리허설이에요. 이렇게 매일 연습하는 우리의 노래가, 어느새 아이 마음에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로 남을 거라고 믿어요.

Source: Only 5% Of AI Projects Succeed: 5 Unicorn Lessons For Entrepreneurs, Forbes,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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