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쩜 이렇게 하늘이 맑을까요? 가을볕이 쏟아지는 길을 딸아이와 손잡고 걷다 보면, 문득 기억이란 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즐거웠던 순간, 조금은 아팠던 순간들이 조각조각 모여 오늘의 우리를 만들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그 조각들로 아이들에게 세상을 설명해주곤 하죠. 바로 어제, 베니스 영화제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은 ‘블러(Blur)’라는 작품에 대한 소식을 듣고 꼭 같은 생각을 했어요. 이건 단순한 영화가 아니에요. 가상현실(VR)과 연극, 인공지능이 뒤섞여 ‘상처받은 마음을 과학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라는, 정말이지 심장이 쿵 내려앉는 질문을 던지는 경험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이야기의 경계를 허무는 아주 특별한 경험, ‘블러’는 어떤 VR 작품일까요?
‘블러’는 상을 받진 못했지만, 베니스 이머시브 경쟁부문이 열린 섬에서 가장 뜨거운 대화의 중심이었다고 해요. 크레이그 킨테로 감독과 피비 그린버그가 만든 이 작품은 관객을 슬픔과 기억, 상실의 감정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습니다. 복제된 매머드가 걸어 다니고, 인공지능이 지하 시설을 관리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되죠.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이건 마치 아이가 블록으로 상상 속의 성을 만들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탐험하듯, 최첨단 기술로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의 질문을 탐험하는 것과 같아요.
중요한 건 이 작품이 정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대신, 관객이 직접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죠. 어쩌면 우리 부모의 역할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아이의 모든 질문에 정답을 주기보다, 함께 궁금해하고 탐색하며 스스로 생각의 지도를 그려나가도록 돕는 것 말이에요. ‘블러’는 기술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를 넘어, 우리 내면을 비추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거울이 될 수 있다는 엄청난 가능성을 온몸으로 보여준 셈입니다. 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우리 아이들의 작은 세상과 ‘상실’을 배우는 법: 슬픔 치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런 깊은 이야기를 접하면, 자연스레 시선은 우리 아이들에게로 향하게 돼요. 아이들은 삶의 크고 작은 상실을 어떻게 배울까요? 아끼던 장난감을 잃어버렸을 때, 정들었던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우리는 아이의 슬픔을 어떻게 보듬어줘야 할까요?
여기서 ‘이야기’의 마법 같은 힘이 발휘됩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슬픔을 겪을 때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과정이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관련 연구). 슬픔이라는 막막한 감정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거죠. 이건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아이가 슬픔에 잠겨있다면, 함께 앉아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함께 키우던 작은 물고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이제 없어”라고 말하기보다 “이 물고기는 정말 멋진 바다 탐험가였는데, 이제 더 넓은 바다로 모험을 떠났대. 우리 함께 그 바다를 상상해서 그려볼까?”라며 새로운 이야기를 선물하는 거죠.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고, 소중했던 기억을 아름답게 간직하는 법을 배우게 될 거예요. 슬픔을 억누르는 대신, 따뜻한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경험이죠!
기억의 조각들을 따뜻하게 이어주는 기술의 재발견: VR과 일상 기술로 슬픔 치유하기
그러고 보니, 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 기술의 힘을 빌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스치더라고요.

‘블러’가 VR과 AI라는 최첨단 기술로 기억과 감정을 탐험했다면, 우리는 일상의 기술을 활용해 우리 가족만의 따뜻한 기억 저장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거창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죠.
할머니, 할아버지의 목소리로 옛날이야기를 녹음해 아이에게 들려주는 ‘오디오북’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사진 몇 장만으로도 아이의 한 해 성장기를 담은 짧은 영상을 뚝딱 만들 수 있고요. 이런 작은 활동들이 모여 아이에게 ‘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소중히 간직하고 꺼내볼 수 있는 보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겁니다. 기술이 차가운 스크린 속에 우리를 가두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세대와 시간을 넘어 마음을 잇는 따뜻한 다리가 될 수 있다니, 정말 신나지 않나요?
중요한 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위해, 소중한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할 때, 그것은 세상 가장 인간적인 도구가 되어줄 거예요.
정답이 아닌, 함께 찾아가는 여정의 소중함: 기술과 인간성의 균형은 어떻게 잡을까요?

결국 ‘블러’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명확한 해답이 아닌, 깊은 울림을 주는 질문들이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욱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고민의 여정에 우리 아이들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벅차오르면서도, 한편으론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오늘 본 맑고 높은 가을 하늘처럼,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분명 눈부실 테니까요. 우리가 할 일은 아이들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안전한 품이 되어주는 것이겠죠.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함께 질문을 던지고, 넘어지면 손잡아 일으켜주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멋지게 써 내려갈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술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우리 부모만이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물이 아닐까요?
출처: ‘Blur’ Gets My Vote At Venice Immersive, Forbes, 2025년 9월 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