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집 사이, 우리가 빛나는 순간들

잠든 아이를 바라보는 워킹맘의 일상

밤 8시. 방금 잠든 아이 방문을 살며시 닫으며 오늘도 또 하루를 마감합니다. 책가방에서 나는 김치 조각 냄새와 주방에 쌓인 영수증 더미 사이, 저녁 회의 때의 당신 얼굴이 교문 앞에서 아이를 안아주던 모습과 자연스레 겹쳐집니다. 회사와 가정을 오가는 발걸음이 이토록 따뜻한 빛을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에요.

아침 전쟁의 은밀한 팀플레이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부부 모습

새벽 6시 40분. 주방에서 들리는 달군 프라이팬 소리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묘한 화음을 이룹니다. 당신은 한 손으로 계란을 뒤적이면서 다른 손으로는 업무 메일을 확인하시죠. 화면 속 숫자를 확인하다 문득 ‘오늘 미술 준비물 다 챙겼지?’라고 물어보실 때면, 어젯밤 아이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시던 손길이 떠오릅니다.

우린 매일 어린이집 가방과 회사 노트북 가방을 바꿔 들고 출발합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당신의 동료가 ‘부장님은 왜 항상 냅킨에 메모하시나 했어요’라고 말했던 게 생각나네요. 알고 보니 우리 아이 등원 준비 사항을 적어두시던 거였다고 나중에 웃으며 얘기해 주셨죠. 회의실 안과 놀이방 사이를 이어주는 우리만의 암호 같은 대화 같아 들을 때마다 미소가 나옵니다. 그런 작은 연대감이 없었다면 아마 매일이 전쟁 같았을 거예요.

점심시간의 속삭임 같은 문자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

낮 12시 45분. 각자의 사무실에서 휴대폰을 열면 오늘의 메뉴는 항상 셋이에요. ‘간식 쟁반 맛있게 먹었어?’라는 당신의 문자에 화장실에서 급히 답장을 보냅니다. 오전에 결제한 유치원 비용 이야기와 오늘 반 친구와 있었던 우리 아이 이야기가 3분 만에 오가죠. 지난주 당신이 점심시간에 찾아가셨던 약국 이야기로 서로의 점심을 함께 나눈 적도 있었어요.

가장 완벽한 대화는 알림음 두 번 사이에 이루어지곤 합니다. ‘꼭 챙겨먹으셈’이라는 한 마디가 오후 업무의 무게를 확 눅여주는 건 우리만의 특별한 위로죠. 퇴근길 슈퍼에서 본 야채가 저녁 밥상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게 또 다음 날 아침 대화 소재가 되는 순환. 바로 이런 작은 것들이 쌓여 우리만의 언어가 되더군요.

퇴근길, 이제는 집으로 향하는 길목

저녁 퇴근길을 걷는 워킹맘

저녁 7시 반. 같은 집을 향해 달려도 오늘은 서로 다른 경로를 걷습니다. 지하철에서 받은 야근 문자들 사이, ‘오늘은 꼭 목욕시킬게’라는 당신의 메시지만은 유독 눈에 띄네요.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간 건물들 사이로 빨래감을 생각하시는 당신의 마음이 보이는 듯해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사무실에서 들린 ‘우리 애는 엄마가 더 좋대요’라는 동료들의 대화가 떠오르네요. 그때 당신의 표정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철 웃으며 말하죠. 세상에서 유일하게 회사 연말 매출과 아이 예방접종 일정을 동시에 외우는 사람이라고요. 물론 우리 아이가 당신을 ‘엄마 목소리로 동화 읽어주는 분’이라 부르는 건 비밀입니다.

밤이 깊어갈 때의 작은 승리

밤에 아이를 재우는 부부 모습

밤 10시. 집안이 마법처럼 고요해집니다. 오늘도 우린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며 하루를 정리하죠. 업무 보고서처럼 꼼꼼히 쓴 육아 노트를 보다가 서로 눈이 마주쳐 웃음이 터집니다. 잠든 아이 볼에 닿은 당신의 키스 자욱이 아침 출근할 때의 립글로스 자국과 닮아 보이네요.

아침이 오면 다시 주방에서 마주칠 때마다, 사랑이란 게 정말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당신이 돌아보며 ‘내일 날씨 좋대, 조금 일찍 일어날까?’ 말씀하실 때면 힘들었던 오늘도 어느새 흐려집니다. 조용히 미뤄둔 육아 고민들, 집안일 분담에 대한 대화들. 옷장에 걸린 유치원 앞치마와 회사 출입증이 나란히 빛나는 그 풍경이 바로 우리의 승전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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