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에 보이지 않는 시계추
정말 퇴근한 적 있나요? 아이들이 잠든 후에도 우리 마음은 계속 움직이잖아요. 내일 아침 식단표를 스크랩하는 모습, 주말 약국 방문 리스트를 만드는 습관. 연구 보고서에 ‘머리 쓰는 일‘이란 추상적 단어로 적혀 있지만, 이건 우리의 생생한 일상 그 자체예요.
아이 독감으로 사흘 밤을 새웠을 때도 회의 자료를 정리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괜찮아’라는 말 뒤에 숨은 피로를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어요. 육아 부담이라는 건 셀 수 없는 작은 결정들이 쌓인 산이라는 걸.
이제 저도 알람을 설정해요. 점심시간엔 ‘너희는 밥 먹었을까?’ 확인하는 알람
균열에서 피어나는 초대받지 않은 아름다움

지난주 출근길 차 안에서 울먹이는 아이를 달래며 화상 회의에 참석해야 했던 날이었죠. 눈가의 눈물을 닦지 않은 채 전문가처럼 발표하는 모습은 마치 두 개의 우주를 동시에 사는 슈퍼히어로 같았어요.
“두 세계를 오가는 우리 삶에는 철학이 없습니다. 오로지 서로를 위한 생존이 있을 뿐이죠.”
그래서 이제 제가 못이 박힌 교복 단추를 고쳐드려요. 컨퍼런스콜 옆에서 아이와 포켓몬 카드 놀이를 하기도 하고요. 완벽한 분담이 아니라 서로의 균열을 메우는 게 진정한 동반자리라고 깨달았습니다.
침묵의 소리를 듣는 법

지난번 아이 학예회에서 깨달은 게 있어요. 공연이 끝나고 다른 부모님들이 무대 앞으로 달려가는 동안, 당신만 뒷자리에 서서 휴대폰으로 업무 메일을 확인하고 있더군요. 처음엔 그 표정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압니다. 눈앞의 아이와 화면 속 업무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건 해결책이 아닌 공감인 법이에요. ‘왜 그렇게 바쁜 거야?’ 대신 ‘오늘도 정말 수고했어‘라는 말 한마디가 어깨의 무게를 덜어줄 때가 있잖아요.
이제 우리만의 암호를 만들었어요. 눈을 깜빡일 때는 ‘지금 도움이 필요해’라는 신호. 손가락을 튕기면 ‘내가 맡을게’라는 답변. 서로의 침묵 읽기,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가장 소중한 부부 기술이죠.
함께 짊어지는 무게가 가벼운 이유
매일의 작은 기적은 사실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걸 이제 알겠어요. 다섯 살 아이가 유치원에서 가져온 빨간 사과처럼, 나누면 배가 되는 마법. 저녁 식탁에서 우연히 마주친 미소 하나, 잠들기 전 주고받는 고마움 한마디가 쌓이면… 우리 가족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됩니다.
함께 웃으며 나누면 어떤 무게도 가벼워진다는 걸요. 오늘도 서로의 등에 손을 얹어볼까요? 우리 함께 이 짐을 나누면 더 행복한 내일이 될 거예요!
